검회분타(劍會分舵) 부타주 조원직은, 도박촌을 관할한 지 십오 년이 됐다.
이 바닥은 단순하다. 돈과 칼. 그 둘만 돌면 된다.
가끔 흑도가 설치면 누르고 가끔 명문 자제가 사고 치면 덮는다. 술 취한 고수가 객잔을 부수면 합의금을 받아 주고 빚에 몰린 노름꾼이 목을 매면 시신을 치운다. 십오 년간 그게 전부였다. 놀랄 일은 없었다.
이 바닥에서 놀라는 자는, 오래 못 산다. 조원직은 십오 년을 살았다. 그게 그의 자랑이었다.
요 며칠 전까진.
"부타주님. 그 막판무관,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하의 목소리에 평소 없던 게 묻어 있었다. 조원직은 그게 거슬렸다.
수하의 보고는 이랬다.
변방 폐가에 무관 하나가 섰다. 간판이 가관이다. 버려진 천재만 받음. 수업료 선불. 관주는 열여덟짜리 노름꾼이라고 했다. 무공 내력도, 사문도, 과거도 없다. 그냥 어느 날 도박장에서 굴러나온 애새끼.
웃긴 얘기였다.
변방 폐가에서 천재를 받는다니. 천재가 변방 폐가에 굴러다니면 그게 천재겠나. 조원직은 그냥 넘기려 했다. 코웃음 한 번이면 끝날 일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보고서가 맞나?"
조원직은 수하가 올린 종이를 세 번 읽었다.
한 번 읽고 의심했고 두 번 읽고 화를 냈고 세 번 읽고는 입을 다물었다.
막판무관 제자, 둘.
첫째, 나찬. 나가의 셋째. 보름 전까지 일류 문턱도 못 넘던 영약 그릇. 졸부 가문이 백 년 영약을 처박고도 벽을 못 넘기던 애물단지. 그런데 지금은 — 일류. 그것도 영약으로 부풀린 가짜 일류가 아니라, 깨달음을 익힌 진짜 일류. 보름 만에.
둘째, 이름 모를 소녀. 백검문이 폐품이라며 버린 계집애. 이류. 그런데 며칠 만에 백검문 일류 무사 셋의 손목을 동시에 꺾었다. 절정이 아니면 불가능한 수법.
조원직의 손이 떨렸다.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손끝이 떨려서 났다.
일류 무사를 키우는 데 보통 십 년이 걸린다. 명문이 영약을 쏟아부어도 그렇다. 절정은 평생 못 가는 자가 태반이다. 조원직 자신도 평생 칼을 쥐고 살았지만 절정 문턱에서 늙었다.
그런데 그 무관은, 그걸 보름에 한다.
둘이나.
"누가 가르치는데."
"……그 열여덟짜리 관주가."
"무공 수련은? 비급은? 영약은?"
"그게……"
수하가 머뭇거렸다. 보고를 올린 자조차, 제가 적은 글을 못 믿는 얼굴이었다.
"본 사람이 없습니다. 그 관주, 무공을 가르치는 걸 아무도 못 봤습니다. 새벽 수련도, 비급 강론도, 영약 달이는 연기도 —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자들이랑 노름이나 치고, 도박장에서 호구나 등치고, 밥 먹고, 자고……"
"……뭐?"
"그냥, 노는데. 천재가 쏟아집니다."
조원직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말이 안 되는 보고였다. 그런데 수하의 눈은, 거짓을 말하는 눈이 아니었다. 자기도 무서운 걸 본 눈이었다.
조원직은 직접 갔다.
십오 년 만에, 부타주가 직접 변방 폐가까지 걸음을 했다. 가는 내내 그는 보고서를 어떻게 반박할지 머릿속으로 골랐다. 영약을 몰래 먹였겠지. 가짜 경지겠지. 소문이 부풀었겠지. 다 그럴듯한 핑계였다.
폐가에 도착해, 그 핑계가 다 무너졌다.
낡은 평상. 솜털 난 애송이 하나가 누워서 이를 쑤시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너구리가 그 배 위에서 졸았다. 마당 한쪽에선 제자 둘이 — 일류와 절정이 — 누가 더 많이 먹나 젓가락 싸움을 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폐가였다.
너무 평화로워서, 그래서 더 이상했다.
그런데 조원직은, 십오 년 만에 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했다.
무인의 직감이었다.
이 그림이, 틀렸다.
저 애송이는 무공의 기운이 없다. 삼류만도 못하다. 패안이고 뭐고 조원직의 눈엔 그냥 비실비실한 노름꾼이다. 기도(氣度)가 아예 안 읽힌다. 무(無)다.
조원직은 평생 무인을 봐 왔다. 미숙한 놈도 서투르게나마 기도를 흘린다. 그런데 저 애송이한테선 아무것도 안 읽혔다. 평상 위 그 자리만 비어 있는 듯했다.
근데 그 무(無) 옆에서, 천재가 며칠 만에 익는다.
말이 안 된다.
천재는 하늘이 내린다. 백 년에 하나, 천 년에 하나. 그걸 보름에 둘씩 '만들어' 낸다면 — 그건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한다는 거다.
조원직은 무공을 안다. 그래서 안다.
저건, 무공보다 무서운 거다.
칼은 사람을 벤다. 저건, 사람을 만든다. 둘 중 어느 게 더 무서운지, 십오 년 칼밥을 먹은 그는 안다.
"부타주님. 들어가서 조사할까요? 사문 없는 무관은 단속 대상인데."
수하의 손이 칼자루로 갔다.
"……아니."
조원직은 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말라 있었다.
저 애송이가 정말 별 볼 일 없는 노름꾼이라면, 굳이 건드릴 것 없다. 그런데 만약 — 만약에 — 저 무(無)가, 무가 아니라면.
기운이 안 읽히는 게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깊어서 안 읽히는 거라면.
바다는 너무 깊으면 바닥이 안 보인다. 안 보이는 걸 두고 사람들은 "얕다"고 한다. 가장 깊은 게, 가장 얕아 보인다.
조원직은 그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 픽 웃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열여덟짜리한테 그런 경지가 어딨나.
그런 경지에 닿은 자가 있다면 검신(劍神)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그런 고수라면 머리 허연 노친네일 거다.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오고 눈빛만으로 산을 가르는. 다들 그렇게 안다. 전설은 늙은 얼굴로 온다고.
저건 그냥 애새끼다.
코나 찔찔 흘리는, 이나 쑤시는, 운 좋게 천재 둘 주운, 사기꾼 애새끼.
그렇게 결론 내리고 돌아서는데도, 등줄기의 소름은 가시질 않았다.
"……그래도 보고는 올려라."
조원직은 돌아서며 말했다. 등이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십오 년 만에 처음 흘리는 땀이었다.
"막판무관. 요주의. 본맹에도 한 줄 올려 둬."
"본맹에까지요? 폐가 무관 하나를?"
수하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냥. 찜찜해서 그래."
조원직은 그날, 그 찜찜함의 정체를 끝내 몰랐다.
그가 본 게 솜털 안에 잠든 검신이었다는 걸, 그 마당 앞에서는 알아보지 못했다. 통념이라는 가면이 너무 두꺼웠으니까.
하지만 그의 무인 본능은 알았다.
저 폐가에서, 무림을 뒤집을 무언가가 자라고 있다는 걸.
판돈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으로 나눠 쥔, 아주 위험한 도박꾼이 거기 있다는 걸.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는데도, 조원직은 폐가 쪽을 한 번 더 돌아보고서야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상에 누워 있는데, 등 뒤가 간지러웠다.
누가 본다.
오래 쫓기고 오래 속여 본 놈은, 시선을 피부로 안다. 살갗에 닿는 눈빛엔 무게가 있다. 지금 닿는 건 — 제법 묵직한 눈이었다.
고개를 드니, 분타 무관 하나가 대문 밖에서 막판무관을 한참 보다가 돌아서고 있었다. 무인의 눈. 직감이 좋은 자다. 등에 식은땀이 밴 자세까지, 멀리서도 읽혔다.
귀찮게 됐다.
천재가 둘이나 며칠 만에 익었으니, 눈에 띌 수밖에. 막판무관이 알려지기 시작한 거다.
알려진다는 건, 사람이 모인다는 거고 — 적도 모인다는 거다. 좋은 패는 늘 도둑을 부른다. 그게 이 바닥의 법칙이다. 천재 둘을 손에 쥔 순간, 나는 노름판에서 큰돈을 딴 호구가 됐다. 큰돈을 딴 호구는, 집에 가는 골목에서 털린다.
저 무관 하나가 돌아가 보고를 올리면, 그 보고는 더 위로 올라가고 위로 올라간 소문은 결국 영약 문양을 쓰는 그 손까지 닿을 거다.
조금 빠르다.
아직 패가 다 안 모였는데.
"끗."
끗발이가 내 배 위에서 깨더니, 도박촌 쪽을 향해 털을 곤두세웠다.
거짓을 감지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캭, 하는 날카로운 울음이 아니었다.
더 낮고 사나운 울음. 배 밑바닥에서 끌어올리는, 짐승의 경고.
위험을 감지하는 소리.
나는 일어나 앉았다. 끗발이의 코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갔다.
도박촌 저편에서, 흑도의 깃발이 올라가고 있었다.
검은 천에, 똬리 튼 무언가. 바람에 펄럭이는 게, 꼭 혀를 날름거리는 것 같았다.
막판무관, 정파 분타의 요주의 명단에 오름(본맹에도 보고). 외부 평가 — "무공보다 무서운 것." 검신의 정체: 미발각 (무인 조원직조차 '설마'로 넘김). 새 위기: 도박촌을 노리는 흑도, 깃발을 올리다. 딜에 앉힌 천재: 2명(나찬·하린). 혈겁까지: 약 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