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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무료 미리보기 · 2 / 3화

천재는 사기로 키운다

1부 · 되찾는 패

"백 년에 하나 나올 검재라며. 근데 왜 두들겨 맞고 길바닥에 처박혀 있냐?"

내 물음에 끗발이가 너구리 주제에 어깨를 으쓱했다.

"끗."

그러게 말이다, 라는 뜻 같았다.

나는 청년을 일으켜 처마 밑으로 끌고 갔다. 이름을 묻자 나찬이라고 했다. 죽 한 그릇을 사 먹이자, 짐승처럼 그릇을 비우고는 나를 노려봤다.

"적선이면 됐다. 동정은 안 받아."

"적선 아니야. 투자다."

"……뭐?"

그가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솜털 보송한 내 얼굴에서 시선이 멎었다.

"……너 몇 살이야.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열여덟."

"풉. 나보다 한 살 어리잖아. 애새끼가 무슨 투자—"

"입 다물고 들어. 한 살 어린 애새끼가 네 인생 구해 줄 거니까."

나찬이 입을 다물었다. 어이없어하면서도, 갈 데가 없는 놈의 눈이었다.

사기꾼은 입을 여는 데 돈을 쓴다. 죽 한 그릇 값으로 나는 이야기를 다 샀다.

나찬은 신흥 가문 나가(羅家)의 셋째였다. 나가는 영약 장사로 떼돈을 번 졸부 가문. 그리고 나찬은 그 집안이 가진 가장 비싼 물건이었다.

나가는 나찬에게 만년삼왕정을 먹였다. 백 년 묵은 영약. 그걸 먹고 나찬은 열아홉에 일류 코앞까지 갔다. 가문의 자랑이었다.

문제는, 나가가 그를 무인으로 키운 게 아니라는 거였다.

"……내 몸을 영약 그릇으로 썼어. 사흘 뒤엔 내공을 뽑겠대."

나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다. 나가는 나찬의 몸을 영약을 숙성시키는 그릇으로 썼다. 어린 몸에 영약을 먹여 내공을 쌓게 한 뒤, 다 익으면 그 내공을 추출해 다른 데 팔아먹을 작정이었다. 사람을 단지로 쓴 거다.

오늘 두들겨 맞은 건, 나찬이 그걸 눈치채고 도망치려다 잡혀서였다. 사흘 뒤, 나가의 추출 의식이 열린다. 그날 나찬의 육십 년 내공은 통째로 뽑혀 나간다.

나는 혀를 찼다.

회귀 전에도 봤던 그림이다. 천재를 도구로 쓰다 버리는 그림. 내가 못 막아서 죽어 나간 후배들의 그림.

이번엔 다르게 가 보자.

[패안(牌眼)] 패주: 나찬 · 19세 보이는 패: 만년삼왕정 — 내공 60년 (산 것) 숨은 패: 백 년에 하나 나올 검재 (잠김) 깨달음: 0 막힌 곳: 일류의 벽 항목은 "산 내공으로는 못 넘는다" 추출 의식까지: 사흘

육십 년 내공. 어마어마하다.

근데 그게 함정이었다.

"너, 왜 일류를 못 넘는지 알아?"

"……뭐?"

"네 내공은 산 거야. 영약으로 산 거. 근데 깨달음은 못 사. 일류의 벽은 깨달음으로 넘는 거고."

내가 죽 그릇을 툭 쳤다.

"영약으로 산 내공은 피로 익힌 내공을 못 이겨."

나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곡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공은 사흘 뒤에 뽑혀! 깨달음이고 나발이고—"

"가르쳐 주진 않아."

내가 일어섰다.

"수업료는 선불이거든. 근데 넌 빈털터리잖아. 그러니까—"

나는 씩 웃었다. 천수의 웃음.

"네가 직접 훔쳐."

나가의 추출 의식 날.

나는 나찬에게 딱 세 가지만 시켰다.

하나, 순순히 추출대에 누울 것.

둘, 내가 신호를 줄 때까지 내공을 절대 끌어올리지 말 것.

셋, 신호가 오면 — 네 인생에서 가장 화났던 순간을 떠올릴 것.

"미친 거 아냐? 그냥 누워서 뽑히라고?"

"날 믿어. 아니, 믿지 마. 어차피 넌 선택지가 없잖아."

사기꾼의 가장 정직한 말이었다.

나가의 추출당. 향이 자욱했다. 가주 나백천이 단상에 앉아 있었다. 살찐 손가락에 옥반지가 번들거렸다. 술법사들이 나찬을 진(陣) 한가운데 눕혔다.

나는?

나는 향 파는 장사꾼인 척, 그 자리에 끼어 있었다. 사기꾼은 어디든 낀다. 게다가 솜털 난 애송이 얼굴은 아무도 경계하지 않는다. 열여덟의 가장 큰 무기는, 아무도 나를 안 무서워한다는 거다.

진이 가동됐다. 나찬의 단전에서 육십 년 내공이 빨려 나가기 시작했다.

"아아악—!"

나찬이 비명을 질렀다. 진짜 고통이었다.

여기까지가 내 판의 절반이다.

나는 미리 나백천에게 가짜 정보를 흘려 뒀었다. "추출 도중 영약 기운이 역류하면 그릇이 폭주한다"는, 그럴듯한 거짓말. 나가는 졸부라 무공 이치를 몰랐다. 호구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자기가 모르는 거다.

내공이 절반쯤 빠졌을 때, 나는 진의 외곽에 미리 던져 둔 약을 터뜨렸다.

펑—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영약이 역류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냥 색깔 연기였다.

"여, 역류다! 그릇이 폭주한다!"

"진을 멈춰라! 멈춰!"

나백천이 비명을 질렀다. 술법사들이 황급히 추출진을 역으로 돌렸다.

추출진을 역으로 돌리면?

빠져나가던 내공이, 한꺼번에 나찬에게 도로 쏟아진다.

지금이다.

"나찬!"

나는 진 너머로 외쳤다.

"화났던 순간을 떠올려!"

여기서부터는 내가 못 한다.

여기서부터는 나찬이 훔쳐야 한다.

육십 년 내공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 보통은 주화입마로 죽는다. 그 폭류를 견디려면, 내공을 제 것으로 붙들어야 한다. 산 게 아니라, 익힌 것처럼.

그러려면 단 하나가 필요하다.

살고자 하는 이유. 분노라도 좋다. 깨달음은 거기서 훔친다.

나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자기 몸을 단지로 쓴 가문. 자기를 짐수레에 처박은 형들. 죽 한 그릇에 팔려 갈 뻔한 자기 인생.

육십 년 내공이 그의 분노를 타고 휘몰아쳤다.

그리고—

패안이 비명을 질렀다.

[패안(牌眼)] 패주: 나찬 보이는 패: 내공 60년 (역류) 숨은 패: 검재 — 깨어남 깨달음: 0 → 1 (일류의 벽 돌파) 변화 항목은 "산 것" → "익힌 것"으로 전환 중

나찬의 몸에서 검기(劍氣)가 터졌다.

추출당 기둥이 두부처럼 베여 나갔다. 술법사들이 나동그라졌다.

산 내공이, 처음으로 그의 피가 된 순간이었다.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 진검이라니까.

나백천이 옥좌에서 굴러떨어졌다.

"이, 이게 무슨—! 추출이 왜—!"

그가 부들부들 떨며 나찬을 가리켰다. 백 년에 하나 나올 검재가, 자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 걸 그제야 깨달은 졸부의 얼굴이었다.

"노, 놈을 잡아! 저건 내 거다! 내가 산 거란 말이다!"

나찬이 천천히 일어섰다.

피투성이 손으로, 부러진 검 한 자루를 주워 들었다.

"……당신이 산 건,"

검 끝이 나백천을 향했다.

"이제 내가 도로 훔쳐 간다."

가주를 호위하던 무사 셋이 달려들었다. 일류 무사들이었다.

나찬의 검이 세 번 움직였다.

세 번.

무사 셋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검을 떨어뜨린 채.

추출당이 얼어붙었다. 졸부 가문 전체가, 자기들이 단지로 부려 먹던 소년이 이제 자기들 머리 위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향 파는 장사꾼인 척, 구석에서 그 광경을 봤다.

내가 한 건 색깔 연기 한 번 터뜨린 것뿐이다.

벽을 넘은 건 저 녀석이다. 제 손으로.

이게 사이다지. 검신이 직접 쓸어버리는 것보다 백 배 낫다.

봉인은 안 풀었다. 검신은 코빼기도 안 비쳤다.

색깔 연기 한 방에 졸부 가문 하나가 무너졌다. 검 한 번 안 뽑고.

남는 장사다.

나찬이 비척비척 내게 걸어왔다. 분노가 가라앉은 자리에, 처음 보는 표정이 떠 있었다.

"……당신, 뭐야."

"투자자라니까."

"가르쳐 준 거,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 난 가르친 적 없어. 네가 훔친 거지."

나는 끗발이를 어깨에 올리며 돌아섰다.

"근데 그 도둑질, 평생 할 수 있게 해 줄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

"넌 이제 천하제일이 될 거야."

나찬의 눈이 흔들렸다. 백 년에 하나 나올 검재에게, 누군가 처음으로 그 말을 해 준 거다.

"근데,"

나는 검지를 세웠다.

"혼자선 안 돼. 너 같은 놈을 열 명 더 만들 거거든. 너희가 서로 키울 거야."

나찬이 멍하니 나를 봤다. 한 살 어린 애송이를.

그때 끗발이가 갑자기 털을 곤두세웠다.

"끗! 구라! 구라!"

거짓을 감지했을 때 내는 소리다.

나는 눈을 좁혔다. 추출당 입구, 그늘 속에 누가 서 있었다.

검은 영약 상자를 든 사내. 나가의 사람이 아니었다. 옷에 새겨진 문양이 — 회귀 전, 혈겁의 첫날에 봤던 그 문양이었다.

사내가 나백천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나가주. 만년삼왕정, 그 영약 — 어디서 났는지 윗선에서 묻고 계십니다."

나백천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 그건 내가 정당하게—"

"정당하게?"

사내가 웃었다.

"그 영약, 우리 물건입니다. 나가는 그냥 잠깐 맡아 둔 거고."

나는 자루를 고쳐 멨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나찬의 영약은 나가가 산 게 아니었다.

더 위에서, 무언가가, 천재의 몸에 영약을 심어 키우고 있었다.

회귀 전의 그 문양이.

딜에 앉힌 천재: 1명 (나찬 · 일류). 새 미결산: 만년삼왕정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혈겁까지: 약 20년.